국내 여행

희망을 본 날(수락산(마당바위)-빼뻘)

초장화 2018. 9. 20. 10:45

2018년 9월 18일 화요일


수락산빼뻘201809181025.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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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8일 화요일

이젠 완전 백수라서 시간강사도 인근에서는 어렵다.

만 62세가 꽉 찼으므로

그래 평일에도 PC만 들여다 보자니 짜증이 나서

인도행 공지 창만 주구장장 들여다 본다.

걷고 싶은 프로그램이 많지만

차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별로다.

이유는 매식을 해야 하고 아직도 하절기라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땀 냄새와 신발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가 골때리기 때문에 싫어서다.

이 프로그램은 전철로만 1시간여 이동하면 되므로 참가 신청을 했다.

당고개 역에 도착하니 내가 아는 얼굴은 한 사람도 없다.

깃발이신 강물 님은 아직 안 오신 듯하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1번 출구 밖으로 나가보니

낯익은 풍경이다.

횡단보도며 앞 산도

작년 요맘 때 서울둘레길을 시작하던 날

걸었던 그 길인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서울둘레길 리본이 나부끼는 것을 보니 확실한 것 같았다.

거기서 우리는 10-5번 버스를 타고 '마당바위'라는 곳에서 내렸다.

오늘은 출발부터 산길샘 앱으로 GPX 파일을 생성해보려고 구동시키고 출발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빼뻘에서 강물 님이 1-1번을 타도 된다고 하셔서 탔더니

차가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고추장 님과 혜안심 님은 노원역으로 720번 버스를 바꿔타고

나는 수락산 역에서 내려서 전철을 타고 오는 바람에

돌아오는 시간은 2시간이 훨씬 더 걸려버렸다.

빼뻘에서 의정부역을 가려면 1-1이 아니고

1번 버스를 타야 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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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공지가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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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리-옥류폭포-은류폭포-사과(소리)바위-영락대-거문돌계곡-빼뻘

  * 난이도 중/약 8km/밧줄도 있고, 바윗길이 많습니다. 

  * 현지상황에 따라 진행자 임의로 도보코스를 변경하거나 적절히 가감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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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에 폭포가 많아서 물놀이가 주로 이루어 질 줄 알았다.

그런데 밧줄과 바윗길이 많다니

상황에 따라 코스가 변경된다고는 하지만

그닥 기대하지 않고 신청했었다.

그런데

마당바위라는 곳에 오르는 것부터 암벽이 시작되었다.

등산을 별로 해보지 못한 내게는 밧줄 잡는 것부터

모든 자세가 왕초보라 바위의 경사도가 높고 밧줄도 없는 곳에서는

나는 거의 네 발로 기어서 올랐다.

밧줄을 잡아야 하는 코스가 있다고 해서

스틱 접고 펴기 귀찮아서 스틱도 안 챙겨 갔었다.

그런데 스틱은 무겁더라도 꼬옥 챙겨서 다녀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빼뻘로 내려오는 좁은 계곡 비슷한 길은 험하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내가 잠시만 한눈 팔면

뒤집어져서 부상 당하는 것은 순식간일 수 있으므로

바짝 긴장하고 아예 네 발로

엉덩이까지 다섯 발로 내려온 것 같다.

밧줄을 잡고 이런 바위산을 올라보기는 처음이라

마당바위 오르면서도

내가 이런 산도 올라보다니

내 인생의 신기록이다고 감탄했는데

영락대에서 점심 식사후 멀리 기차바위에서 사람이 오르는 모습을 보고는

내가 깃발님께 물었다.

"우리도 저기 가나요?"

"상황 봐서요!"

깃발님의 대답이다.

사실 오늘 길은 천문-옥류-은류폭포 등 폭포가 주류로 공지 되었는데

실상 수락산의 계곡에는 물이 거의 메말라 있어서 폭포는 볼 수 없으므로

공지에는 없었던 마당바위와 영락대, 칠성대, 기차바위로 현지 상황에 맞춰서 변경운영하셨다는 것을

위의 깃발님의 후기를 보고서야 알았다.

드디어 칠성대를 지나 기차바위와 돌아가는 길이 있는 갈림길이 나왔다.

다른 팀 남성들은 일부 기차바위를 우회하는 길로 내려가는데

우리 팀은 한 사람도 우회하는 길로 내려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나도 도전해보리!'

예전에 고추장 님도

맨 처음에 이곳에 와서는 우회를 했으나

그게 아쉬워서 다음 날 다시 혼자오셔서

이 밧줄을 타고 기차바위를 내려가시고는

이 곳을 여러번 다녀갔노라고 하시면서

포기하지 말도록 용기를 주셨다.

선두로 깃발 님과 요한 님이 먼저 내려가신 듯하다!

고추장 님도 벌써 내려가셔서 저 아래 1단계 도착 점에서 멋진 포즈로 기념 사진을 찍고 계신다.

내려다보는 기차바위는 아까 마당바위에서보다 훨씬 아찔하다.


마당바위에서 처음으로 옆에 있는 언니 뻘 되는 분께 닉을 물었더니 고추장이란다.

동행 댓글을 달면서 고추장 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는데

나보다 띠 동갑도 훨씬 넘는 왕언니이신 것이다.

내가 적을 두고 있는 다른 카페에서는

40대에서 80대까지 길동무 층이 다양하지만

남자는 80대까지 건장하게 동행하시는데

여자는 내가 제일 늙은 축에 속해서 

늘 남녀의 걷기 능력이

불공정하게 부여된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고

나도 큰 희망을 못 가졌었다.

왜 같이 늙어가는데 남자는 80세가 넘어도 잘만 걷는데

사모님들은 몇년 전까지는 같이 잘들 걸으셨다는데

70세 넘으면 포기를 하시고 아예 안 나오시는지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도 아직 다릿심 있을 때 더 부지런히 걸어야 겠다 다짐하고

가능하면 내가 못 가본 길을 찾아 나서고 있는 실정인데

그런데 시니어 왕언니 고추장 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즉석에서 닉을 확인하고는

폰 번호를 교환했다.

앞으로 내 걷기 역사에 롤 모델로 삼겠노라고


그런 후부터 고추장 님께서는

걷는 과정과정에서

주저주저하는 내게 용기를 주셨다.

낭떠러지에서 발이라도 헛디딜까봐 망설이는 내게 손도 내밀어주시고

내가 발 내딛기를 망설이는 곳에서는

괜찮으니 올라가 보라고

또는 내려가 보라고

붙잡아 주기도 하셨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이 자리를 빌어서 고추장 님께 다시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고추장 님! 왕언니 님!"


기차바위에서

내려다 보기도 아찔하지만

벌써 선두로 내려가시는 몇 분들의 하강 모습들을 눈여겨 보았다.

베테랑 님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내려다 보지 말고 앞을 보고 내려가란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해보니 자꾸만 시선이 아래를 보게 된다.

그러니 자꾸 몸이 바위로 붙으니 더 자세가 불안해지는가 보다.

아직 위에 계시는 선배 길벗님(키 크신 분! 닉이 생각 안 나지만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꾸뻑!)께서

위에서 수차례 코칭을 해주셨다.

"허리는 펴고 밧줄은 가슴으로 땡기세요!"

어느 만큼 내려갔나보다.

깃발 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시 뒤돌아보세요!  한 손으로 밧줄 잡고!"

명령대로 시도해 보았다.

그림으로만 보았던

영상으로만 보았던

암벽 오르내리기를 나도 시도해 본 날이다.


내가 주 1회라도 정기적으로 걷기를 시도한 것은 이제 만 1년이 지났다.

어제 수락산에서의 체험은 지금까지의 내 걷기역사에서 가장 큰 희열을 맛 본 날이었다.

몇 백만원 주고 해외여행을 가서도 못 느껴본 기쁨을 만끽한 날이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이런 기쁨을 주는 길을 걸을 수 있다니!

가성비 최고! 가심비도 최고 최고!

이 길을 열어주신 강물 님께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번 길에서는 다음 길에서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세 분의 닉을 확실하게 교환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고추장 님, 혜안심 님, 요한 님.


요한 님!

족발과 오이 장아찌!

음식 알러지 때문에 족발과 오이는 제가 가리지 않는 음식이라

마지막 남은 조각까지도

싹쓸이로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 족발 정보는 앞으로

저도 많이 이용할게요.


혜안심 님!

그 무거운 메론을 정상까지 가져오셔서

점심 후 후식으로 최고였습니다!


새벽에도 일어나면 카페 공지를 확인하신다는

고추장 왕언니!


아직 걷기 새내기이고

굼뜬 저에게

앞으로 좋은 정보 주십사  다시 부탁드립니다.

어제부터 롤 모델로 고추장 언니를 찜했습니다!

받아주실 거죠?

고추장 님 덕분에

여성도 80세까지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본 날이었습니다!


사진은 세로로 찍힌 것만 우선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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