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7일 일요일
무박 산행이라 자정 무렵에 집을 나섰다.
죽전 간이정류장에 나가니 산객들이 제법 웅성거린다.
한 밤중이라 그런지 예정 시간이 조금 지나니 빨간 버스가 속속 다가온다.
자막에 성삼재-매요마을로만 적혀 있어서 인솔자인 듯한 분께 여원재 가는 거냐고 물으니 지나간다고 했다.
나는 여원재에서 중탈할 생각으로 예약해놓고는 날머리는 기억을 못하고 여원재만 생각이 났기 때문에 오늘 성중종주 차량은 아닌가 싶어서 여쭈었던 것이다.
백두대간 3-4구간
갑자기 공석이 있길래 예약하고 출발했다.
3시 30분에 성삼재에서 오른다는 계획이 성삼재에서 동절기 미끄럼사고 방지를 위해 차량을 통제하는바람에 들머리가 매요마을로 바뀌고 칠흑같은 어둠을 5키로 걸으니 첫인증지 고남산이지만 정상석에서 후레쉬 비추구 인증샷만 찍고 수정봉을 향하여 전진을 계속했다.
10키로 쯤 걸어서 여원재에 가까워지니 여명이 밝아온다.
지금까지는 극기훈련했다 손치고
이제부터 수정봉을 향해 랜턴을 끄고 등산을 시작!
성삼재에서부터 걸었으면 여원재 쯤에서 중탈할 계획이었는데 역방향으로 걷고 있으니 여원재에 오니 이제사 이른 아침이니 전진할 수 밖에 없다.
여원재에서 대로를 건너기 전에 앞서가시던 인솔자 니콜라스 대장이 나타난다.
몇몇 주자들께서 우틀하여 엉뚱하게 가셔서 모시고 왔다는 것
그 때부터는 니콜라스 대장님이 계속 후미를 든든하게 지켜주셔서 안심하고 걸었다.
수정봉에서 선이네와도 상봉하고 선이네는 휴식을 끝내소 또 전진해버리고
인솔자이하 다른 후미부대들은 정식으로 자리를 펴고 조반을 드시는데 나는 후루룩 가져온 요거트 마시고 앞서간 선이네를 쫓아가봤으나 꼬리를 잡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
수정봉을 내려오니 포장도로 한 켠에 중탈자를 기다리는 빨간 버스가 반가웠지만 아직 오전 10시인지라 예서 중탈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지루할 것 같아서 멀리 바라다뵈는 만복대를 향하여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본다.
지금부터는 평지를 3키로 걷고 3.5키로 정도는 700m 고도를 치고 올라가는 길이라 체력 안배를 잘해야지 각오하고 오른다.
다행히 여기서부터는 속도가 비슷한 길동무로 산아이 님과 앞서거니뒷서거니 걸었고 앞에서는 장풍 님이 뒤에서는 인솔자 님이 호위해주셨고
어둠 속에서부터 함께 걸었던 산죽 님도 뒤따라 오시니 든든했다.
정상에 가까워지니 북사면이라 빙판길이어서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를 수없이 반복해야했다.
그러다가 만복대 거의다 가서 막판 오르막에서 남들이 그냥 오르길래 나도 아이젠을 안 신고 오르다가 축령산에서와 똑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쭈르륵 미끄러졌는데 요번에는 녹고있는 눈길이라 바지가 축축하게 젖었지만 어쩌리
빨리 걸으며 체온으로 말리는 수 밖에
오늘은 남쪽 산이고 눈이 많찮을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젠을 네 발짜리로 가져왔더니 자꾸 벗겨져서 아이젠이 별로 효력이 없었다.
길은 미끄럽고 20여키로를 걷고 나니 다리도 지쳐서 속도는 안난다.
세 번째 인증지 만복대에서 후다닥 인증샷을 찍고나니 인솔자께서 시간이 2시간 30분밖에 안 남았다고 마지막 인증지인 작은 고리봉을 향하여 어서들 전진하라고 독촉하시지만 속도가 안나는 것은 대여섯 명의 후미부대 모두의 공통사항인 듯했다.
겨울이라고 물을 덜 챙겼더니 오늘은 요거트보다는 더운 물이 당기는데 물이 바닥이어서 걱정을 했더니
산죽 님께서 보온 병에서 물을 나눠주셔서 입을 축이니 다시 힘이 났다.
그 와중에도 생명수를 나눠주신 산죽 님 덕분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겨울에 이렇게 갈증이 느껴질 줄 모르고 물을 적게 챙긴 것이 큰 실수였다.
만복대와 고리봉 사이에서의 목마름은 정말 쌓인 눈이 있으면 집어 먹고 싶을 지경
장거리 길 산행시에 산우님들께 물 구걸은 산행 예의가 아니라고 장풍 님이 뜨끔한 일침을 주셨다.
작은 고리봉에서 장풍 님 물도 좀 얻어 마시고 싶었지만 남은 물이 얼마 안되는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하산했다.
하산 길에 장풍 님이 장거리 길에서는 물보다는 소금을 챙기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앞으로는 죽염을 좀 챙겨서 다녀야겠다.
장풍 님은 청주에서 오신다는데 백두대간을 세 번째 도전 중이시란다.
성삼재로 하산하지 못하므로 당동마을로 내려가는데 하산길 땅속이 얼은 데다가 너덜길이어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5시까지 하산은 어림도 없었다. 후미부대 다섯이 30분 초과하여 도착해서 꼴찌인 줄 알았는데
아직 두 분이 안오셨다고 한다.
그 분들은 우리보다 거의 50분 늦게 도착하셔서 차는 예정보다 1시간 20분이나 늦게사 서울로 출발하였다.
내가 꼴찌를 면한 것만도 다행이지 싶었다.
일찍 하산하신 분들은 원성이 있지만 어쩌리요.
오늘은 갑자기 코스가 변경되어서 생긴 일이니 좀 이해들 하자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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