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2일
오랜만에 집안 청소를 하려고
로보킹의 진로 확보를 위해 거실 바닥의 물건들을 정리하던 중에
폰을 열어보았다.
이미 푸른 님으로부터 카톡이 온지 두어 시간은 지난 메세지다.
현재 시각 오전 11시 15분인데
일요일인데 못걸은 7구간을 걷고 싶다고
나도 마침 어제 걷다만 영남길 1구간을 마저 걸으려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그것은 혼자 언제든지 보충해도 되니깐
오후 2시 쯤에 복정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얼리지는 못했으므로 끓여둔 따뜻한 물로 세 병 챙기고
어제 입고 빨아 널은 등산용 옷가지가 아직 덜 말랐지만
그래도 요게 여름에는 가장 시원한 바지라서
꿉꿉한 상태로 그냥 걸쳐입고
어제 남겨둔 구운 달걀과 포도 한송이 넣고 집을 나섰다.
출발해서 전철역을 향해 걷는데
푸른 님으로부터 강남구청이라고 연락이 왔다.
우리는 거의 13시 35분 쯤에 비슷하게 복정역에서 만났다.
2번출구에서 곧바로 위례천으로 내려가서 탄천의 징검다리를 건너 비행장 뒷길을 지나 새말입구까지는 잘 갔다.
거기에서 헷갈렸다.
이 골목이었던가? 저 골목이던가?
분명 초록색 울타리가 나와야 하는데
우거진 수풀만 보인다.
아무래도 이 곳은 길이 아닌 것 같다.
정글 같은 풀 숲을 헤치고 다시 내려왔다.
한 블럭을 더 내려가니
어제 올랐던 초록색 울타리가 보인다.
어제 갔던 길이고
난 네 번째 걷는 길인데도
늘 남의 뒤만 따라다닌 결과는 이렇게 알바로 이어졌다.
분명 어제 간 길이기 때문에 자신했지만 아니었다.
여기서 소그미 님도 골목마다 오르락 내리락 했다는 것이었으리라 짐작이 갔다.
이제부터는 크게 알바할 일은 없으리!
드디어 7구간 문이 보이고
우리는 술술 걸었다.
첫 쉼터에서는 archi 님이 주신 셀카대로 인증샷을 남기고
이 길의 리딩자이신 소그미 님께 보고 겸 카톡으로 보냈더니 당장에 전화가 왔다.
푸른 님과 교대로 통화로나마 소그미 님의 응원의 목소리를 들으니
사기 충천이다!
오늘은 두분 찍사 님들이 안 계셔서 나도 찍히려면 셀카대가 꼭 필요한 날이라서
범바위에서도 archi 님 표 셀카대 덕분에 푸른 님과 동행 인증샷을 남길 수 있었다.
튼튼한 셀카대 선물로 주신 archi 님! 고맙습니다!
해가 어느 덧 서쪽으로 기울었나보다.
숲 속에 태풍에 쓰러진 고목나무들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많이 보인다.
혼자라면 소름이 돋을 것 같은 짙은 어둠이 느껴진다.
범바위와 인릉산까지는 더러 정방향에서 오는 등산객들을 볼 수 있었지만
깊은 산 속에는 푸른과 나 둘 뿐이다.
옛골이 2키로 정도 남은 지점 내리막 길에서
드디어 남성 한 분이 올라오시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역시 산에는 늦은 오후에는 가지 말아야 겠다는 것을 절감했다.
지난 번 블루와 2코스를 걸을 때도 했던 생각인데
똑 같은 숲 그늘이지만
오전과 오후는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수명산 님이 꼬옥 3-4시 전에 걷기 프로그램을 끝내는 철학도 이해가 되었다.
어제 걸은 길인데도 시간대가 다르니까 느낌이 많이 달랐다.
새말 입구에서 알바를 하기는 했지만
성남누비길도 완주했다고 기뻐하는 푸른 님을 보니
나도 뿌듯하다.
archi 님의 셀카대를 장착해두고
7개 구간 도장을 다 찍고 푸른 님은 드디어 인증서용 자기 정보를 기록하는 중
어제 토란 님이 못해서 서운했다는 모자던지기는 푸른 님 혼자라도 시도해보고
숲속을 빠져나오니
언제 우리가 어둑한 숲길을 걸었었나 싶게
아직도 태양볕은 뜨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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