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남한산성 성곽길에서

초장화 2018. 8. 18. 17:44

2018년 8월 18일 토요일

오늘은 지난 주까지 성남누비길을 마치고

길동무 팀들이 일부는 평화누리길 정모로

일부는 서울둘레길 예비모임으로

또 일부는 남한산성 성곽길을 돌기로 한 날이다.

사실 나는 남한산성성곽길을 지난 겨울에 두 번이나 돌았기 때문에 크게 호기심은 없었으나

소그미 님이 벌봉이라는 곳까지 안내를 하신다고 하니 요번 기회에 나와바리도 넓힐 겸 길을 나섰다.

공지는 지난 16일에 떴지만

나름대로 내가 요즘에 관심이 꽂힌 영남길을 걷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동행 댓글을 달지 않다가

토란 님이 동행한다길래 벌봉을 가보고 싶어서

간밤에사 동행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문제는 간밤에 서판교와 죽전까지 자전거를 탔지만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임에도 잠을 들 수가 없었다.

저녁뉴스를 보다가 가까스로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영감을 밖에서 들어오더시 축구가 졌다고 궁시렁 거리는 소리에 다시 깨어버렸다.

운동을 충분히 했는데도 잠을 이룰 수 없음은

아무래도 두통때문에

정오무렵에사 마신 커피 때문인 듯 싶었다.


산성역에서 7시 30분이면 6시에만 기상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저절로 그 시각에는 눈이 떠지려니 싶어서 알람도 안 맞추고 잠을 청한 것이다.

난 6시 20분 경에사 눈을 뜨고 간단하게 나마 아침을 떼우고 나서려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계바늘은 빨리 도는지!

먹던 과일 챙겨넣고 구워둔 달걀이랑 얼려둔 물병과

아침으로 먹는 선식과 바나나 갈아서 텀블러에 담고

대충 챙겨서 나서려니 7시가 이미 지났다.

전철로 향하는 길에 아무래도 약속 시각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아서 택시를 탔다.

소그미께 산성역2번출구 버스정류장으로 나오라고 연락하고

산성역에 도착하니

아직 토란과 소그미 님은 안 보인다.

자비원 님이 안 오신다면 셋이서 걸을 것 같은데

소그미 께 전화를 넣어도 안 받는다.

산성역은 워낙 깊어서 신호 전달이 좀 안되는 듯 싶었다.

다시 산성역으로 마중가려고 방향을 틀었더니 그때사 소그미와 토란이 출구에 올라왔다.

신흥주공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우리는 9번을 보내고 남문으로 바로 가는 9-1번을 기다렸다.

소그미 예상대고 10여분 후에 9-1버스가 와서 남문으로 직행했다.

일단 남문에서 스틱을 장착하고 걷기 시작했다.

겨울보다는 길이 많이 좁아졌다. 녹음이 우거져서

동문 쪽 산성을 지나 장경사를 들렀다.

지난 겨울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은 시간도 널널하므로 들르기로

다행히 사찰 안의 해우소에서 몸무게도 줄일 수 있어서 좋았다.


장경사에서 비탈진 숲길로 오르는 길도 보였으나

오늘은 성곽을 일주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그냥 성곽을 따라 걷기로 했다.

북문을 지나니 성벽 보수공사 중인 구간이 많아서 자제를 실어나르는 철길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곳곳에 보수 공사를 위하 벽돌과 구조물들이 많아서 서문 쪽으로 향하는 땡볕 구간에서 성곽길을 포기하고

숲길을 선택했다.

혹시 숲길을 걷다가도 벌봉으로의 진입로를 놓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소그미 님이 이 쪽 길은 꿰뚫고 있어서 아무 일없이 벌봉으로의 진입로도 잘 찾아 나갈 수 있었다.

성곽 아래의 암문으로의 통로는 요소요소에 볼거리가 있음을 오늘사 알았다.

지금까지는 늘 성곽 위로만 돌았는데

옹성이나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전망대는

성문 아래의 암문을 통해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풀꽃과 거울이도 이 암문으로 다시 안내해야 겠다.








이 벌봉의 틈새 바위에서 끼워 들어가서 빠져나갈 수 있는 지 본다고 인증샷을 찍느라고 베낭들을 다 풀어재꼈었다.

그게 사단이었다.

벌봉에서 나와 남한산 정상석을 찾아 나섰다.

풀 숲이 밀림처럼 우거져 있었다. 이 사실만 봐도 이 곳은 사람들의 통행량이 많지 않다는 증거인데

성곽길 지도의 장화 모양의 끝인 한봉까지는 이 길로 쭈욱 더 가면 된다는데

저녁에 토란 님이 야간 도보를 예약해 놓은 관계로 우리는 남한산 표지석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돌아서려는 찰라였다.

토란이 휴대폰을 찾더니 없단다.

벌봉 틈새바위 앞에 멜 가방을 두고 온 것 같다고


일단 소그미 님이 토란 폰으로 전화를 했다. 누군가 그 멜 가방을 주웠다면 전화를 받을 텐데 안 받는다고

소그미 님은 벌봉으로 마-악 내달아 달아난다.

제발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면 토란과 나는 아까 왔던 길로 돌아서 다시 벌봉을 향했다.

그 숲길이 워낙 좋아서 다시 가도 좋다면 따라가는데

아까 갈림길에서 벌봉을 간다던 등산객들이 나오길래 물었더니 벌봉에 갔지만 휴대폰 든 가방을 못 봤다는 것이다.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벌봉을 향해서 가는데

저 쪽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찾았다는 것이다.

토란은 소그미 께서 찾아준 멜가방을 다시 메고 안도의 한 숨을

고마운지고

이 곳 벌봉은 워낙 외진 곳이라

아까 그 등산객들도 이 바위 사이까지는 안 오고 정상만 찍고 내려간 것 같다.

내가 연변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조바심에 주변 풍광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토란은 그 시간이 단 10여분 밖에 안되어서 맘고생이 짧았지만

연변에서 나는 장백산과 백두산을 다 돌아 내려와서야 버스 안에 있는 폰을 발견하고

그 기쁨이 얼마나 충천했었던지

그 때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다시 성곽길을 돌다가 소그미께서 볼거리가 있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암문을 통해서 땡볕길을 따라가 보니 연주봉 옹성이 있었는데

남한산성에 있는 다른 옹성에 비해 잘 다듬어져 있어서 중국의 만리장성이 연상되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없어서

잠실타워와 먼리 북한산봉우리까지 훤하게 바라다 보였다.













서문을 지나 남문을 향해 가다가 소그미께서 또 따라와 보라고 한다.

여기는 마천동 쪽과 잠실 성남비행장, 멀리 서울 외곽 산들이 모두 바라다 보이는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 옆에 돗자리를 펴고 점심을 떼우고 토란이 이 곳 경치에 매료되어 많이 쉬어 가자고 해서 거의 30분 이상을 쉬었다 내려왔다.

점심 식사 후 전망대에서 토란 님도 소그미 님도 감상에 빠졌는데

오늘은 토란보다 소그미께서 더 센티멘털?




남문으로 내려오던 길인데

소그미 님과 토란 님은 저 만치 앞서가고

나는 깔크막 길 조심조심 올라가는 중이었다.

앞서 가는 가족 중에 남학생이 뒤돌아 보는데 낯이 많이 익었다.

그런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옆에 계시는 아버지로 뵈는 분께 학생 이름을 물었더니

시원이란다. 노시원!

이름과 얼굴이 확실히 기억나는데 어느 학교에서 만났던 학생인지 기억이 없어서

다녔던 초등학교를 물으니 내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효천이란다.

지금 몇학년인지 물으니 중학교 2학년이라고

내가 효천에 갔던 이듬해에 담임했던 것 같다.

퇴직하기 딱 일년 전 2013년도

나 기억이 안나냐고 물으니 낯이 익다고 생각했지만 얼른 누군지는 얼른 생각이 안나더란다.

부모님 얼굴도 낯설지 않았다.

우리반에 전학 온 학생이었기 때문에 부모님 얼굴을 모두 뵌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인증샷이라도 부탁하려고 소그미를 부르니 못들었는지 기척도 없다.

시원이에게 물으니 2학년 때라고 기억을 해 주었다.

시원이 어머니도 다행히 내 이름을 기억해 주셨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인증샷이라도 남기고 싶다고 시원이 아빠게 내 폰을 드리고 부탁드렸다.

인증샷을 찍어 오기는 했지만 시원이네에게 이 사진을 보낼 길이 없다.

내 휴대폰에서는 번호가 검색이 안되었다.

옛날 하드디스크를 뒤져보니 2013년도 자료에 시원이 모친 폰 번호가 있었다.

문자를 보냈더니 시원이네 전화번호가 맞단다. 폰으로 가족사진을 보내드렸다.

나도 일행을 따라잡아야 하므로 작별인사를 하고 와서 생각해보니

내 가방에 있는 소금사탕이라도 좀 건네 줄걸!

그 때도 모범학생이었는데

시원이는 지금도 모범학생으로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부모님의 아이에 대한 절절함도 지금도 묻어나고 있었고

아직도 동생은 효천초등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시원아!

멋지게 장성하길 빌게!



아침에 출발했던 남문을 다시 찍고 우리는 남한산성역 쪽으로 내려왔다.

나는 남한산성역으로 걸어서 전철을 타려고 했더니

70번을 함께 타고 두 사람은 모란에서 내리고 나는 우리 아파트까지 바로 올 수 있었다.

다음부터는 이 버스를 이용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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